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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리스본이 준 선물 | 01

by edusa coach 2024. 7. 21.

"생각을 잠깐 멈춰 보았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제 문득 길을 걷다가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어 보았는데요. 키워드를 몇 가지 나눠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흘러가버린 시간
  • 즐거웠던 기억
  • 회상하고 싶은 추억

이 모든 것을 이미 담고 있던 감정들, 기억들, 인상들. 마음은 이미 기억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리스본에서 3일간 머물었던 호텔과 무료로 제공된 커피 한 잔

 

저는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대략 저녁 7시 정도인데, 그 이후부터는 제 세상이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미루어 두었던 빨래를 마치고, 신나는 노래를 틀어 놓으면서 냉동고에 쌓아둔 음식을 꺼내 짧게 20분 가량 요리한 음식을 먹습니다.

 

시간이 그저 흘러가버리는 경우는 아무래도 넷플릭스에서 최근에 시작하고 정주행 중인 드라마를 밥친구 할 때이죠.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할 것도 없이 한가하게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현재의 삶이 양반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러한 와중에 예전 사진들을 꺼내보며 추억을 회상할 시간도 있다는 것에 ENTJ(mbti)의 성격인 저에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 물론 저도 꽤 게으른 편이지만요.

 

편하게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동안은 어찌 이렇게 시간이 잘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하나의 주제를 파고들기도 하고, 앨범에 들어가 예전 사진들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그러다 발견한 마음 한켠에 묻어 두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면 슬쩍 눈물을 훔치기도 합니다.

 

필자인 저를 예로 들어보자면, 1년에 한번씩은 꼭 먼 곳으로 여행을 가야겠다는 다짐을 이루기 위하여 2022년부터 꼭 해외로 여행을 갔습니다. 그렇게 큰 다짐을 하고 2022년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그토록 가고 싶던 도시인 '리스본(Lisbon)'으로 향하였습니다. 이왕 이렇게 홀로 여행을 떠나게 되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여행 블로거로 전향해볼까, 유튜버가 되어볼까, 인플루언서가 되어볼까. 

 

당시 한창 직장생활에 적응하던 시기여서 그런지 크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덜했지만, 여전히 생각을 멈추지는 못했습니다. 여행을 가서도, 그저 즐기기만 할 수가 없었습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인상깊게 봤던 영화 빌 어거스트(Bille August)의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낭만을 여기서라면 경험할 수 있겠다 -- 였습니다.

 

파스칼 메르시어가 2004년에 출간한 원작의 책 또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 영화를 이미 감명깊게 보아서 그런지 그 이유 하나로 리스본행을 결정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예전 체코 프라하(Prague)를 잠깐 들렀을 때 야간기차를 탔는데, 그때 제 앞에 앉았던 낯선 사람과 어쩌다 말동무를 하게 된 일이 있습니다. 그 분도 여행을 하는 중이셨는데, 그 당시 20세의 나이였던 제가 호기심있게 던진 질문에 아주 자신있게 답을 하셨습니다. "평소에 여행을 워낙 좋아하신다는 당신이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어디인가요"에 돌아오는 대답은 '리스본입니다!' 이었습니다. 

 

인생의 회고록과도 같은, 아주 잘 그려진 미술작품을 감상한 듯한 여운을 주었던 영화로 인해 마음먹게된 3박 5일간의 여정은 이 글의 세가지 키워드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경험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 흘러가버린 시간
  • 즐거웠던 기억
  • 회상하고 싶은 추억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Salsa'라는 현지 레스토랑에 점심을 먹으러 갔고, 이때 마셨던 상그리아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2022년 12월 31일 공항에서 1월 1일 도착한 리스본의 모습

 

내 몸이 기억하는 그 때의 설레임, 두근거림, 상그리아 첫 잔의 맛 모두 너무도 남기고 싶었던 순간들입니다. 여행이 끝나고 난 이후 꼭 이 느낌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글을 써야겠다 다짐했는데, 결국 2년 반이 지난 2024년 7월의 오늘에서야 겨우겨우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 봅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그때의 기억조차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맘때의 나는 홀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 자신에게 아주 큰 경험이고 마치 여느 여행 유튜버가 된 마냥 우쭐했습니다. 당시의 느낌을 표현하자면, 마치 어떤 일이라도 당차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이 낯선 땅에 홀로 여행을 와도 절대 외롭지 않으며 누구보다 잘 즐길 수 있는 적응력 100%인 이 시대의 신여성이야' 라는 터무니 없는 (하지만 또 터무니없지만은 않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겁니다.

리스본에서의 첫 끼, 그리고 리스본을 대표하는 오르막길

 

처음 올라가보는 리스본의 오르막길,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끙끙대며 걸어가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현지인들, 젊은 여자 홀로 여행을 온 모습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여행객들. 그 사이에서 아랑곳하지 않던 "이 세대의 신여성". 사실, 웃기고 겁없는 행동입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20대 초중반의 필자는 지금의 제가 돌아봐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리스본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코 'night view'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리스본의 야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수 놓은 별들을 바로 눈 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이 또한 그 때의 심정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감히 사진에 담기지 않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이 만든 아름다움이 이정도인데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은 과연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넋 놓고 바라보았던 리스본의 첫 밤야경

 

가끔은 글을 쓰다 흥이 오를 때가 있습니다. 사실, 글을 쓰기 직전에 가장 흥이 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대체 글을 쓰는 게 어떤 매력인 것인지, 항상 나를 어딘가로 가고프게 만듭니다.

 

필자만의 오래된 '글방'이 있는데, 차마 지금 당장은 올리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세상에 내보내게 되겠지라는 만연한 기대를 가지고 끄적여 내려간 워드파일(MS word)입니다. 그곳에서 리스본에 가기 전 달인 11월 30일부터 이미 리스본 여행에 관련하여 이런저런 생각들을 담아놓은 글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준비를 하며 당시 설렜던 감정을 공유하였던 머나먼 땅의 멘토가 있었음을 기록하였고, 아래와 같은 마음으로 여행을 기획하였음을 상기할 수 있습니다.

 

2022년도를 떠나 보내며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 보았는데, 짧지만 강한 시작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랫동안 가고 싶었던, 거창한 이유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중요한 이유로 인하여 기획하게 된 ‘리스본 여행’. 2022년 12월 31일에 출국하여 2023년 1월 1일에 도착하고, 그렇게 3일을 리스본에서 보내다 4일에 다시 인디아나폴리스 공항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계획하게 되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 뿐만 아니라 나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조차도 정말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는 ‘리스본’으로의 여행.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처음으로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가는 여행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전에 2018년 6-7월쯤 잠깐 유럽여행을 간 김에 오스트리아에 혼자 하루 이틀 지내보긴 하였으나, 두드러기로 몸이 많이 아팠기 때문에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는 않다. 여하튼, 이 여행이 나의 새로운 한 해를 밝게, 또 뜻깊게 비추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저 기대가 된다.

 

예전 당시의 감성으로 써내려간 글들을 마주하니, 그 때의 감정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이름 '리스본(Lisbon)'과 그에 걸맞는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도시의 Miradouro das Portas do Sol (태양의 문 전망대), Graca's viewpoint (그라사의 전망대), Miradouro de Santa Luzia (산타 루시아 전망대)를 모두 가 보았고, 그에 걸맞는 설레임 역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날 비가 조금 내렸는데, 어쩐지 그 나름의 운치가 있었습니다. 

동일한 전망대(Miradouro)의 비가 온 당시 vs. 화창한 날씨의 풍경

 

날씨가 우중충한 것도, 화창한 것도 제가 선택한 사항은 없었습니다. 더 바랬던 날씨는 당연히 '화창한' 오른쪽 상단의 풍경이겠지만, 저는 왼쪽 상단의 풍경 또한 경험할 수 있었기에 더 풍성한 3박 5일을 보냈다고 자신합니다.

 

이는 마치 인생과도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철학가도 아니고, 사상가도 아닌데, 어쩐지 하는 생각마다 또 경험하는 것마다 모두 인생과 빗대어 바라보는 것이 참으로 웃길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 "I'm wired that way"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여서겠죠). 

 

리스본에서의 3일간의 여정을 모두 그려보고 싶지만, 그리고 이를 다 정리된 일정표로 딱 짚어드리고 싶지만, 이 글은 그러한 목적을 애초에 가지고 쓴 글이 아니였기 때문에 조금 자제해보려 합니다. 

 

리스본은 마치 오래된 꿈을 그리고 낭만을 잃어버렸던 당시의 나에게, 그리고 이 글을 적어 내려가고 있는 현재의 나에게 조차 흘러가버린 시간이자, 즐거웠던 기억이자, 회상하고 싶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언젠가는 꼭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리고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이 절대 나의 전부가 아님을 깨우쳐 주는 그러한 명소였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리스본행은 고작 한시간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프라하행 기차에서 나누었던 대화, 리스본 여행과 관련된 책 한 권, 영화 한 편, 땅 끝 저편의 멘토와 나누었던 대화들이 배경이 되었지만요.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 다양한 경험과 대화가 필요할 수는 있으나, 그저 '비행기 예약' 버튼 하나면 마법이 시작되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필자에게 리스본행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닐지 몰라도, 3박 5일간의 여정을 쉽사리 결정하게 된 이유는 단연코 나의 마음이 하는 소리였습니다.

 

시간과 돈이 없고, 용기가 없다는 핑계는 뒤로하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도 된다는 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