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각

모든걸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해도

edusa coach 2024. 8. 1. 17:02

열심히 써내려가던 단편 소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글을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글이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허무했지만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기뻤습니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백지 도화지 앞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그려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단순히 물감, 도구, 손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점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를 이렇게 해석해보았습니다.

물감은 돈, 도구는 능력, 손은 건강이라고.

제가 저를 기억하고, 남들도 저를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이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사랑하는 것, 그것 또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꾸만 외부의 자극과 사람들의 관심, 인정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려는 제 내면 깊숙한 욕구를 잠시 내려놓고, 왜 제가 그렇게까지 살아 있음을 느끼려 하는지 그 이유에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철학자들마저 답을 찾으려 애썼던 이 해결책 없는 질문에, 우리는 과연 답을 찾을 자격이 있는 걸까요. 드러내기를 추구하다 보면 언젠가 빈틈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 빈틈은 초라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비워내고 드러내지 않으려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그 안에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단단해져 가는 저를 느낍니다.

 

언젠가 생각의 꼬리가 꼬리를 물며 다시 이어질 때쯤 돌아와서 다시금 바라보겠습니다.

어이없게 끝난 순간에도 새롭게 시작할 도화지가 있다는 사실에 설레면서.